본문 바로가기
  • 글맛 글멋 나는 자소서를 지향합니다
시 한 줄

<한 줄 시 11> 심심하다는 말 -손택수, 시집 <눈물이 움직인다>

by 글맛글멋 2025. 5. 30.
반응형

손택수 시인의 새로운 시집, 7번째 시집이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주문하니 새벽에 가만히 문 앞에 도착해 있다. 시인의 새 시집을 만나는 것은, 새로 시집온 부끄럼 타는 신부를 보는 듯하다. 이번 시집의 제목 또한 심상치 않다. <눈물이 움직인다>. 이번 주는 푸근한 마음으로 손택수 시인의 시를 곱씹으며,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손택수 시인
손택수 시인

 

 

심심하다는 말

 

                                   손택수

 

심심하다는 말, 외롭다는 뜻이었군

외로움을 호소하진 못하고

심심해서 죽겠네

그런 거였군

심심해서 죽겠는 걸

사람으로 놀이로 달래다가

그도 여의칠 않아

정말 심심해지니까

심심치가 않네

오늘은 뻐꾸기가 우는데

내 맘이 산도 되고 들도 되고

쾌청한가 하면 울적도 하여

저마다의 울림이 있네

평생 모르고 살 뻔한  뻐꾸기

울음에도 박자를 실어

뻐꾹채 꽃빛처럼 번져오는

심심하다는 말

깊고 깊어

 

시집 <눈물이 움직인다> 62쪽 

 

 

그래, '심심하다'는 말이 '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는 것만이 아니었구나. 

외롭다는 말이었구나. 외로움을 호소하는 것이었구나.

심심하다는 것은, 싱거운 것도 아니고, 지루한 것도 아니고, 외로운 것이었구나.

그래서 심심하다는 것은 깊고 깊어서, 심심 (甚深)하고 심심 (深深)한 감정이었구나.

나도 그랬구나. 심심한 거였구나. 외로웠던 거구나 

 

 
눈물이 움직인다
전통 서정의 맥을 이어가면서 섬세한 감수성과 서정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수려한 작품세계를 펼쳐온 손택수 시인의 일곱번째 시집 『눈물이 움직인다』가 창비시선 519번으로 출간되었다. “개인적 삶이 품은 고통의 이력과 현 사회 욕망의 시스템을 시인 특유의 시적 성찰과 발견의 세계로 이끌어 승화한 놀라운 성채”라는 평을 받으며 오장환문학상을 수상한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문학동네 2022) 이후 3년 만의 신작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담백하고
저자
손택수
출판
창비
출판일
2025.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