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박준 시인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그의 시집을 읽는다면 거의 모든 독자들은 말하리라. 그는 여성 시인이라고. 그는 섬세하다. 그는 시인답게 모든 사람과 사물을 관찰한다. 그리고 찰나의 아름다음과 슬픔을 시로 엮어낸다. 그렇기에 이 난해한 시의 세계에서 그는 문학성과 사업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보기 드문 시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우리'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그의 시의 세계에 우리를 초대하는 단어이다. 시인만의 고립된 세계가 아닌, 우리에게 개방된 시의 세계로 우리에게 초대장을 보내는 것이다. 공유하며, 고개 끄덕이게 하는, 시인의 정서가 전달되는 시는 이 어려운 시 (詩)의 환경에서 더욱더 밝게 빛난다.
선잠
그해 우리는
서로의 섣부름이었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고
함께 마주하던 졸음이었습니다
남들이 하고 사는 일들은
우리도 다 하고 살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발을 툭툭 건드리던 발이었다가
화음도 없는 노래를 부르는 입이었다가
고개를 돌려 마르지 않는
새녘을 바라보는 기대였다가
잠에 든 것도 잊고
다시 눈을 감는 선잠이었습니다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연년생
아랫집 아주머니가 병원으로 실려 갈 때마다 형 지훈이는 어머니, 어머니 하며 울고 동생 지호는 엄마, 엄마 하고 운다 그런데 그날은 형 지훈이가 엄마, 엄마 울었고 지호는 옆에서 형아, 형아 하고 울었다.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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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박준
- 출판
- 문학과지성사
- 출판일
- 2018.12.13
#박준시인 #우리가함께장마를볼수도있겠습니다 #연년생 #선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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